채혜선(33)씨는 친구도 많고 논리적 사고도 뛰어난 편이다. 그런데 어려서부터 책 읽기가 힘들었다. 글자가 많으면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의미 파악이 안 됐다. 단어 사이의 여백이 팽창돼 강물 줄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, ‘파’와 ‘과’가, ‘2’와 ‘5’가 종종 헷갈렸다. 얼마 전엔 비행기에서 자리를 잘못 앉았다. ‘37F’를 ‘32F’로 잘못 봤다.취학 전, 세 살 아래의 동생이 채씨보다 글을 잘 읽었다. 처음엔 그저 ‘동생이 나보다 똑똑한가 보다’ 하고 생각했다. 그런데 사진이나 그림, 음악 면에 있어서는 채씨가 남보다